나는 L사의 물류센터에서 일당 26,153원의 오전파트에 9/10 부터 12/31 까지 91일 간 근무하였다. 이 포스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부터 조금씩 적어왔던 일기들의 모음집이다. 2주차. 몸에 나도 몰랐던 멍이 5개나 생...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91일 간의 기록.

나는 L사의 물류센터에서 일당 26,153원의 오전파트에 9/10 부터 12/31 까지 91일 간 근무하였다.

이 포스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부터 조금씩 적어왔던 일기들의 모음집이다.

2주차.
몸에 나도 몰랐던 멍이 5개나 생겼다. 팔 두군데, 다리, 무릅 3개, 멍이 이렇게나 컷다면 매우 아팟을 것인데 아픈 기억이 없다. 아드레날린 분비 때문에 그런 것일까...

9/25
내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만, 오늘을 어떻게 견딜까하는 질문에 휩싸인다. 개인적으로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나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노래를 항상 듣는다. 일은 스트레스가 적지만 몸쓰는 일이라 노래없이 견디기는 힘들다.

10/24
일을 시작하기 전, 8:40 아침 체조를 시작하며, 8:50 일을 분배한다. 처음에는 이곳 저곳 많은 일들을 하지만 2주 정도 지나면 자신이 일할 곳이 정해진다. 일의 종류는 매우 다향하다. 첫째, 바코드 스캔을 담당하는 일(내 담당이 아니라 정확히 모른다). 둘째, 물건을 각 지역별로 배분하는 일. 셋째, 각 지역별 물건을 배분하여 롤테이너에 적재하는 일 이외에도 지게차, 상품 운송 등 많은 일이 존재한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 수도 많고, 일의 종류도 많아서 물류센터의 일을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물류센터의 일이다.

내가 맡은 일은 L사 물류센터 4층에서 엘레베이터에서 올라오는 물건을 지정된 위치에 배분하고 스캔된 물건을 각 지역에 배분하는 역할이다. 일의 수준은 매우 쉬우며 수학문제처럼 이론을 배워서 응용하는 일은 결코 아니다. 

한 층마다 30여명 이상이 근무하는데 내가 근무하는 4층은 같은 시간대 일하는 어린 친구와 30여명의 아줌마들이 있다. 

일의 수준도 쉽고, 몸을 쓰는 일이기에 월급도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생각보다 월급은 적다. 물류센터는 오전, 오후, 종일, 야간파트가 있는데 오전파트가 가장 일하기 적합한 시간이며, 일을 마친후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반면 종일은 오랫동안 할 사람들이 하며, 야간파트는 저온창고 아르바이트가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투잡을 한다. 이때문에 이시간대 사람들은 잠을 잘 시간에 자지 않기 때문에 신경질적이며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나도 이 시간에 저온창고에서 하루간 일했던 적이 있다. 

저온창고 아르바이트 첫날, 처음 왔는데도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사람의 표정은 정말 피곤해보였고 힘이 없어보였다. 이때문에 일할 맛이 나지 않아 1시간 일하고 사장에게 가니

사장 왈: 왜 오셨습니까?
나: 일이 저와 안맞아 집에 갈려고요.
사장: 시작한지 얼마됬다고 일을 다 파악해요? 한달 정도 해야지 내가 월급을 주던가 하죠.
나: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러고 나갔다.

이렇게 다양한 일이 있다.

장점:
야간창고 야간반 월급:99만원
물류센터 오전반 월급:75만원
물류센터 오후반 월급:90만원 중반대
물류센터 종일반 월급:150~180만원대

월급은 다른 아르바이트보다는 조금 더 많다.
오전파트, 오후파트, 종일반, 야간반이 있어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상품분류는 일 자체는 쉽다.

단점:
일하는 곳마다 틀리지만, 대부분 조금 더해봤자 시급은 6500 ~ 7000원정도이다. 연장근무를 하면 시급에 1.5배가 붙지만 오전/오후 파트는 원래받는 월급에 큰 차이는 없다.
아줌마와 같이 일을 하게 되면 갈등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가장 큰 단점은 환경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모를 수 있으나 일을 하다보면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물류센터 안은 항상 상품의 적재와 출고 그리고 지게차가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생긴 매연과 먼지는 센터 안에서 상주하는데 그것을 우리가 다 마신다. 일이 끝나면 코 근처가 먼지로 인해 검은 이물질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당연히 물류센터 내 청소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 것이며, 물 청소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물류센터에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고 현장직만 그렇다. 사무직은 사무실에 콕 박혀있으니 환경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현장직을 하는 사람 중 대부분이 임금문제보다 환경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고 있다.

11/17
오늘도 아르바이트가 무사히 끝이 났다.

11/30
이곳의 일도 오늘로부터 1달 후면 청산이다.
일이 끝난다는 생각에 아침에 늦게 일어남으로서 몇일 전부터 통근버스를 못타고 시내버스에 몸을 싣는다. 9월 10일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일을 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동안 일만 했다는 것이다. 항상 일-집-일-집을 반복하였고, 자격증 취득이나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그래서 오늘이나 내일부터 (CCNA 취득을 위한 책을 주문하였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12/05
몇일 전부터 왼쪽 팔, 어깨, 목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는다.
예상컨데, 일을 하며 파레트를 옮기며, 이곳 저곳 다녔던 것과 스트레스가 반복되어 이렇게 된 것같다. 오늘은 토요일이기에 욕나올 정도로 물량이 매우 많았다(화, 목, 토요일이 가장 일이 많다).

12/11
이곳 센터장이 취임한 후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종일 사원/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내일(토요일) 모든 일을 전면 중단하고 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덕분에 혜택을 받은 것은 파트사원으로서 내일 쉴수 있다. 룰루랄라.
오늘은 일할 맛이 멸치 똥만큼 나겠다.
(내일을 쉰다하더라도 일 자체가 재미없기때문에 일할맛이 전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

이제 L사에서 해방될 날까지 일요일 포함 21일 남았고, 47만원 가량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12/22
일을 하다가 같이 하는 동생의 말로 아주 빵 터졌다. 
오늘은 화요일이기에 물량이 많았을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하였기에 조금 몸이 피곤했다. 파레트를 치우며 동생이 건넨 말: "아.. 소금 농장에서 일하는 기분이네. "
듣고 한동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12/28
드디어 물류 일도 4일 남았다. 3달 반정도를 어떻게 보냈는가 싶다. 1월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매우 춥다. 센터 안에도 예외가 아니며 휴게실 또한 따뜻한 공간이 아니다. 히터 따윈 없다. 가장 따뜻한 공간은 의외로 화장실이다.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어 항상 따뜻하다.
따뜻하지 않다는 것 이외에도 이곳의 단점은 의외로 많다.

- 와이파이는 사무실에만 터진다.
- 추석, 설날, 일요일을 제외한 휴일따윈 없다. 1월 1일에도 일을 하며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쉬지는 않는다.
- 보너스는 생략. 선물은 증정.
이곳에서 설날, 추석 등 특별한 날에 보너스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행히 보너스가 아닌 선물은 준다. 저번에 받는 선물로는 L사의 와인과 스팸세트 이다. 와인의 가격은 1만원 이하이며 맛 또한 형편없었다.
- 소금같은 시급, 월급
이곳의 가장 큰 단점은 파트사원과 종일사원의 시급이 같다는 것에 있다.

아무튼 일을 시작하기 전 파지를 버리려 밖을 나서는 데 강추위가 나의 얼굴을 강타하였다. 너무 춥다. 조금만더 버티자..


12/30
군생활에서 제대를 앞둔 병장은 하루 하루를 손으로 세고 있다고 했던가. 현재의 내가 그러하다. 내일이면 끝이다. 끝이라고 해서 아쉬움 따윈 없다. 다만 취업에 대한 걱정이 더 생겼다. SNS을 통해 주변 졸업한 친구들이 아직까지 취업걱정을 한다고 한다. 씁쓸한 현실이다.

내일부터는 CCNA 덤프를 가지고 공부할 예정이다. 12월 초에는 후니의 시스코 네트워킹을 보았고, 어느정도 네트워킹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제 1~2달간 덤프를 가지고 공부하여 취득할 예정이다(1/15 ~ 1/22 일본 여행으로 공부시간을 조금 더 가질 생각이다). 공채 기간으로 인해 2월 안으로 따야할 것 같다. 

오늘도 일이 무사히 끝이났다.
이곳의 아침은 보통 상품분류로 시작을 하는데 가끔 파지를 버리는 날이 있다. 롤테이너에 비닐과 종이를 쌓아올려 파지를 버리는 컨테이너 박스로 이동하여 버리는데 오늘은 운이 나빴던지 이동하는 도중 손이 다른사람이 끌고 있던 컨테이너와 내것이 붙이침과 동시에 내손이 끼여버렸다. 다행히 면장갑을 끼고 있어서 다행이지 맨손이었다면 바로 집에 갔을 것이다.


말년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그랬던가.. 그러하다.

12/31
드디어 마지막일이다. 여 반장님과의 갈등, 환경 문제 등으로 짜증과 화나는 날도 있었지만 일을 그만둘 때에는 그동안의 정이 있었기에 무언가 사서 가야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6시에 일어나는데 오늘은 5시 반에 일어났다.

7시에 집을 나서 집 주변 김밥집 중 유일하게 영업 중인 김밥 일번지에서 김밥 7줄을 사서 센터로 향했다.


센터에 도착하여 쉬는 시간에 김밥을 나누어드렸다. 7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많이 부족하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을 시작하여 즐겁게 끝냈다. 마지막이기에 소장님과 반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 말.
지난 여름부터 시작하여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겨울'에 일을 마쳤다. 나에게는 긴여정과 같았다. 여름에는 먼지 구덩이와 땀의 조화로 땀먼지가 눈에 초롱초롱 맺어있었고, 겨울에는 실내의 낮은 온도로 시간날때마다 화장실 안의 라디에이터 옆을 지켰다. 무거운 짐을 드는 덕에 항상 어깨에 근육이 뭉쳤고, 1시에 집에 가서는 하고싶은 일을 못하고, 잠을 자곤했다. 이곳에서의 일은 고되고, 짜증도 났지만 할만은 했다.

차후에 일을 다시하라고 하라면 환경, 임금, 일의 강도에 대해 아주 깊~~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끝.




하루에 처리하는 량을 표시하며 총 건수가 4,000 건이 넘어가면 오후 파트 및 종일반은 잔업 확정이었다. 그러나 오전파트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파렛트 위쪽을 보면 무엇인가 주렁 주렁 달려있다. 이건 각 지역을표시한다.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오늘 입고 및 출고될 상품을 출력하며, 각 지역으로 나갈 제품을 사진과 같이 파렛트 위에 상품을 올려 놓는다. 이를 흔히 상품 분류라고 한다. 처음에는 지역의 이름이 생소하고, 위치도 제각각이라서 헷갈리지만 2주일 안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 같다.

파레트 1개의 무게는 5~6 킬로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진과 같이 탑을 쌓는 것은 지게차가 해야 될 일이지만, 내가 일했던 4층에는 지게차가 없었다. 그래서 순수 손으로 탑을 쌓았는데 8층부터 고비였다.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탑을 쌓다가 허리를 다쳐서 아직까지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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